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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11년04월08일 09시44분   글쓴이: 김해공노조   조회 : 1192  
 먹튀 자본 한진중공업과 생존권 쟁취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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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의 ‘이상한’ 직장폐쇄와 ‘

특이한’ 전면 파업

정리해고 정당성 문제, ‘토종 먹튀’ 논란...“여론 향배에 승패 달렸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1-02-24 13:15:51 / 수정 2011-02-24 21:06:34
채길용

채길용 한진중공업 노조 위원장과 함께 50m 상공에서 고공농성 중인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노조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인 지 67일째를 맞은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풍경은 언뜻 보면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해 보인다. 한 쪽에서는 망치 소리가 온 조선소를 울리고, 퇴근 벨이 울리면 하청 직원들이 줄지어 걸어 나간다. 식사 시간이 되면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조별로 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식사를 하고 있다. 과연 이곳이 지난 14일 172명에게 정리해고가 통보되고 직장폐쇄가 단행된 곳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정리해고 철회 투쟁’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사측의 정리해고 통보와 이를 막으려는 노조의 파업, 바리케이트를 쌓은 정문, 경찰의 공권력 투입, 대규모 충돌과 사법처리 등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진중공업은 이런 전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09년부터 정리해고 추진...사측, 2010년 2월 ‘정리해고 중단’ 합의하기도

한진중공업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의 역사는 200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불황, 선가(船價) 하락과 영도조선소 수주량 없음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노조는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지역의 정당∙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시민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향토기업 한진중공업이 흑자인데도 정리해고를 하려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수십만 장의 유인물에 담겨 부산 전역에 뿌려졌다. 이때부터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포기설이 부산 시내에 퍼졌고, 지역경제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26일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리해고를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노조와 합의했다.

조합원들은 이를 두고 ‘1차전’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1차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정치권이 정리해고를 일단 미루도록 한진중공업을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선거가 있으니 일단 면피하자는 것이지만 그만큼 지역에서 정리해고 반대 여론이 강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윤택근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방선거가 끝난 후 회사 측은 본격적으로 인력 감축을 추진해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회사는 감축 목표 400명에서 희망퇴직과 정년퇴직 등으로 줄어든 인원을 빼고 남은 172명을 지난 14일 최종적으로 정리해고했다.

노조는 2009년에 이어 올해도 부산 시민의 압도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전국민적인 여론을 형성해 정치권을 움직이겠다는 투쟁 구상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정리해고를 당한 조합원과 살아남은 조합원 모두가 똘똘 뭉쳐 ‘같이 살자’고 버티는 것이다.

노조는 공장 안에 고립된 채 폭력성 논란에 휩싸여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주고 조합원이 사법처리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작업을 하고 있는 하청 업체 노동자들과 충돌하지 않고 이른바 ‘노동조합 라인’을 만들어 기물을 철저히 보호하는 등 다른 파업 사업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고발로 인한 경찰 출석도 집단적으로 가서 정당함을 주장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도 23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진중공업의 파업은 너무나 정당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알리고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물량 넘쳐나고 영도조선소는 물량 없어 죽고

81년에 입사해 용접을 해온 김모(54)씨는 “사측이 인력감축 목표로 정한 400명 중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으로 230명이 나갔으면 이제 사람 그만 자르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 동안 회사 설비에 한 푼도 투자를 안 하고 사람만 자르니 부산 시민은 다들 영도조선소가 문 닫는 줄 알고 불안해한다”고 지역 여론을 전했다.

입사 28년차의 노모(57) 씨도 “172명 잘려도 앞으로 회사는 정리해고 더 할 것이고 사람 필요하면 외주 용역을 쓸 것이다. 임금도 이미 높다고 회사 측이 밝힌 만큼 30% 이상 깎겠다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신생활관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신생활관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민중의소리

조합원들이 한결같이 ‘172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배경에는 정리해고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사측은 공장을 정규직 대신 전면 외주 인력으로 채우거나 영도조선소를 폐쇄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측이 필리핀 수빅에 100만평 규모의 조선소를 지어 2006년부터 가동에 들어갔고, 다시 민다니오 지역에 수빅 규모 이상의 조선소를 새로 짓겠다고 나선 점을 꼽고 있다. 참고로 영도조선소는 8만 평 규모다. 조합원들은 “다른 조선업체는 다 불황이 지나고 호황이라는데 한진중공업만 불황인 이유는 거액을 필리핀 조선소 건설에 ‘몰빵’한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필리핀의 수빅조선소가 가동된 것이 2006년이고 영도조선소의 수주량이 0척이 된 것이 2009년이다. 조합원들은 ‘한진’이라는 메이커를 보고 주문하는 것이지 수빅조선소에서 만들어달라고 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회사가 의도적으로 주문 물량을 수빅으로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빅은 조선업계 호황기의 물량 확보 수준인 3년치 물량을 모두 채웠다.

윤 본부장도 “사측이 영도조선소 수주는 0척이라고 하지만, 수빅의 수주는 2010년에만 23척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지난해 연말 주식 배당금으로 174억 원을 뿌린 것도 결국은 경영 위기가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2010년 경영실적을 적자로 예상하면서 이를 근거로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것 역시 조합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최우영 노조 사무장은 “지난 10년 간 흑자액이 4천277억 원이고 보유 현금 자산이 1조 원 규모인데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류 기획부장도 “흑자이던 지난 2009년에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선가(船價)가 낮아지고 앞으로 작업할 물량이 없다’며 정리해고를 추진하더니 지금은 다른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1차적으로 노조, 다음은 정규직, 그 다음은 영도조선소 전체를 없애는 것이 회사의 수순이라는 것이 노조원들의 관측이다.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는 강성 민주노조를 먼저 없애고, 정규직을 줄이면서 필요한 인력을 외주 용역화하며, 최종적으로는 영도조선소를 포기하는 것이 회사의 수순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단체협약 교섭에서 “무파업 선언과 단체협약 양보를 하면 수주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사측과 노조의 대립은 민주노조와 정규직 일자리 그리고 영도조선소를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국민의 지지와 정치권 동향이 관건...과연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향후 노사의 힘겨루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과연 정리해고라는 극단적 선택 외에 다른 해답을 찾을 가능성은 없을까?

노동계에서는 지역사회와 국민들의 여론을 누가 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따라 한진중공업 사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 모두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명분과 정치적 우위를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노조는 부산시, 상공회의소, 시민단체와 노사가 참여하는 5자 협의를 열자고 제안해 사측을 제외한 다른 주체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만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문제는 부산시 경제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경찰이 별다른 폭력 사태도 일어나지 않고 시민들의 지지 여론도 강한 한진중공업에 대해 공권력을 섣불리 투입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이런 민감한 상황 때문이다. 조합원 지모(30)씨는 “이명박 정권도 내리막에 접어들고 있고 크레인 위에 간부가 3명이나 농성을 하고 있어 경찰이 막무가내로 공권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많은 조합원은 2009년의 쌍용차 정리해고 상황과 자신들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회사도 망하지 않았고 ‘주인’도 멀쩡하게 있다는 것이다. 과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의 바람대로 쌍용차 투쟁과는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부산 지역 전체의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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